Home > 공유 > 평택이야기

평택이야기

그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억과 응답이다!

  • 관리자 (ptcf)
  • 2018-10-16 11:29:00
  • hit66
  • vote0
  • 121.166.41.200

그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억과 응답이다.

이 은 우 (사)평택시민재단 이사장

 

어려운 시절에 먹은 음식이 향수로 남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음식이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음식을 재료로 해서 만든 부대찌개일 것이다. 많은 미군이 주둔했던 의정부, 송탄지역 등에서 특히 발달한 음식인 것을 보면 전쟁의 아픔과 가난했던 시절의 상흔이 담긴 음식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부대찌개를 아픈 과거에 대한 기억이고 연민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픈 과거를 추억으로만 채색할 수 있을까? 현재도 아픔이 이어지고 있는 사람들이 경기도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후 경기도 10여군데 지역에 형성됐던 미군 기지촌, 특히 아픈 역사의 슬프고 고통스러운 삶을 맨 앞에서 견뎌내야 했던 기지촌 여성들에게 과거는 추억이 아니라 지금도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 두려운 삶일 수밖에 없다. 가정 폭력에 지쳐 집을 뛰쳐나온 소녀는 인신매매를 당해 기지촌으로 흘러갔고, 의붓아버지의 성폭력에 시달리던 소녀는 취업 사기를 당해 그곳으로 갔고, 누구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기지촌으로 갔다. 그런 여성들을 경제 성장이 절실했던 한국 정부는 미군부대 주변 특정 장소에 모으고, 명부에 등록시켜 성병을 관리하고, 위안부 자치대를 만들어 교육을 하는 등 집결지를 관리해 왔다.

그 당시 국가와 지자체, 유지들은 기지촌 여성들을 “애국자”, ‘민간 외교관“이라고 부르고 격려했지만 지금은 그녀들을 외면하고 있으며, 일부 사람들은 부끄러운 역사를 왜 끄집어 내냐며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8일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렸다. 국가의 불법적인 기지촌 조성과 운영·관리, 조직적·폭력적 성병관리, 성매매 정당화 조장 등의 책임을 인정하고 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에게 배상을 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경제와 안보를 담보로 중앙정부의 지시를 받고 불법과 반인권행위를 조장, 유지, 묵인, 방조한 경기도와 기지촌이 존재했던 지자체도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미군 기지촌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은 지금 대부분 고령(70~80대)이고 사회적 멸시 등으로 인해 가족관계 단절이 많고, 지역사회에서도 차별과 소외가 존재하면서 정신적, 신체적, 경제적으로 아픔과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평택에는 미군기지 주변에 200여명의 할머니들이 남아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경기도 전역에도 적지 않은 할머니들이 기지촌이 존재했던 지역에서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병덩어리’ 몸과 가난, 끔찍한 낙인의 고통 속에서 평생을 살아낸 고령의 기지촌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남아 있는 삶 동안 가족과 지역사회와의 화해를 도모하고, 삶의 질 향상을 통해 행복하게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살아 갈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그녀들을 기억하고 응답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행히 많은 시민들이 미군 기지촌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인권회복과 지원체계 마련을 위한 조례 제정운동’에 나서고 있지만 미군상대 일부 상인들의 편견과 혐오 조장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난항을 겪고 있다. 평택에서 시민단체가 주최했던 조례 제정을 위한 시민토론회와 시의회 간담회에 몰려 와 서슬 퍼런 욕설을 퍼붓고 한미동맹을 훼손한다며, 미군위안부 표현은 미군과의 갈등을 조장한다며 난동을 부려 조례 추진이 멈춰 선 상황이다. ‘왜’나 ‘이유’가 없는 혐오로 인해 기지촌할머니들에게 또다시 깊은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다.

기지촌 여성의 문제는 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 우리의 역사 문제로 바라보고 함께 해야 한다. 평화와 인권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기지촌의 아픈 과거가 이어지고 아픈 여성들이 생존하고 있는 경기도와 평택시, 의정부, 동두천 등에서 먼저 그녀들의 손을 잡아줘야 하지 않을까? 그녀들에게 필요한 것은 추억과 연민이 아니라 그녀들의 아픈 삶을 가슴으로 보듬어주고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따뜻한 연대의 마음일 것이다. 그녀들에 대한 기억과 응답이다.

* 이 글은 중부일보 자치시대 칼럼(2018.10.12.)입니다.

게시글 공유 URL복사
댓글작성

열기 닫기

댓글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