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공유 > 평택이야기

평택이야기

[세상돋보기]덜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안아주는 것이 행복한 공동체다.

  • 관리자 (ptcf)
  • 2019-08-22 12:56:00
  • hit41
  • vote4
  • 121.166.41.200

덜 아픈 사람이 더 아픈 사람을 안아주는 것이 행복한 공동체다.

이 은 우 (사) 평택시민재단 이사장

 

장애인시설 설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고 타 지역에서 공동체활동을 하고 있는 친구가 염려스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해온다. “너는 어려운 일만 또 하냐”고. “그게 나의 숙명인가 보다”고 답을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은 “그러게 말이다”고 말하고 싶었다. 시민운동만 해도 고민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장애인중에서도 발달장애인(지적·자폐성장애)을 대상으로 하는 시설을 만들고 운영한다는 것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기에 두려움이 마음속에 있었나보다.

평택에서 30여년전에 시민사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사실 장애인에 대해서 동정의 눈빛으로만 바라보았지 연대와 협동의 대상으로는 여기지 못했다. 그러다 장애인복지와 인권 현실에 눈을 뜨게 되고 마음으로부터 함께 하게 된 계기는 90년대 중후반의 에바다 사태와 2000년 초 장애인부모회 부모님들을 만나고, 장애인단체들과 교류하면서 시민운동과 장애인운동이 다르지 않다는 자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만 해도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매우 낮았고 편견과 차별이 자연스러웠던 지역 분위기였다. 평택시의 지원은 매우 미흡했으며 변변한 시설 하나도 없다시피 했다.

장애인단체들의 보금자리인 장애인회관이 처음부터 번듯하게 합정동 조개터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평택역앞 성매매집결지내 낡은 건물을 사용했으며 그 당시는 성매매산업이 번성하다보니 대낮에도 장애인회관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그 자체도 워낙 건물이 노후화되다보니 어쩔 수 없이 평택시는 그 위치에 다시 장애인회관을 개축하려고 했다. 장애인들은 고립된 곳에 있어도 괜찮다는 차별의식이 그 배경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들이 불과 20년전에는 자연스러웠다.

이에 장애인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올바른 장애인회관 건립 시민운동본부’를 구성하고 평택시의 편견과 어처구니없는 정책을 규탄하면서 몇 년동안 운동을 진행하였고 연대의 힘으로 지금의 합정동 장애인회관 시대를 열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장애인부모회 부모님들과 힘을 모아 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최초로 개소하게 되었고 지금은 평택 전지역에 7개의 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세우게 된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시민운동을 하면서 장애인단체들과 연대해 이룬 성과라서 지금도 보람으로 기억되는 시간이다.

당시에 장애인부모님들에게 들었던 말들중에 지금도 잊지 않고 가슴에 담으려 하는 말들이 있다. “자녀들 보다 먼저 죽는 것이 두렵다”는 말을 들으며 장애인가족들의 아픈 현실에 함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어떤 엄마는 친척이 초상이 났지만 장애 아이 둘을 맡길 곳이 없어서 장례기간 내내 차 안에 아이들을 두고 초상을 치룰 수밖에 없었던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지금은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부족하고 차별로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가족들이 짊어져야 할 무게가 너무나 크다. 가족 전체가 장애인의 삶을 살고 있으며, 아이가 커 가면서 갈 곳은 더욱 없어지고 부모들의 경제적·신체적 어려움은 깊어지고 있다. 장애인복지는 결국 인간의 존엄성을 함께 지키고 나누는 일임을 깨닫는 것에서 시작한다. 지역사회나 지자체의 책임이 필요한 까닭이다.

평택시민재단이 발달장애인 대상 직업적응훈련시설을 만들고 있는 핵심이유는 지역사회, 시민단체로서의 책임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참여와 힘으로 공동체복지를 실현하려는 절실한 이유중의 하나는 장애아이를 돌보기 위해 마을 전체가 나서는 사례를 만들어 모두가 행복한 장애인시설, 자치와 협동·돌봄과 우애의 철학을 구현하는 지역사회, 위기에 빠진 시민을 구해주리라는 믿음을 갖게 하는 평택시 행정을 기대하고 이루고 싶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발달장애인들의 직업훈련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경기도내에서도 지역별로 직업적응훈련시설이 만들어 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평택은 장애인직업적응훈련시설이 미설치 상태이라 시민단체가 나서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 장애인직업적응훈련시설이 개소되어 운영되면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발달장애인들에게 지원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으며, 발달장애인 직업훈련 욕구 해소, 훈련에서 고용까지 모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장애인과 가족들의 사회자립과 재활을 위해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다.

시민운동과 사회복지운동의 생명은 개혁성과 투명성, 공공성이다. 기존의 모든 불합리와 부정의를 혁파하고 개선하는 것이다. 오는 10월에 문을 여는 장애인직업적응훈련시설은 장애인들의 소소한 행복과 꿈꾸는 하루를 여는 시설로, 민주성·투명성·공공성을 핵심가치로 모두가 행복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시설로 만들어 갈 것임을 약속드린다.

장애인시설은 하나라도 더 있으면 장애인과 가족들에게 가장 도움이 된다. 필요성에 공감한 많은 시민들이 참여를 해 주시고 후원을 해 주셔서 현재 7천여만원의 시설설립기금을 조성했으며 내심 목표로 잡고 있는 1억원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회와 평택시가 조금만 더 손을 잡아 준다면 안정적인 장애인직업적응훈련시설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과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체의 공공선 실천이 강화되길 희망한다.

※ 이 글은 평택시사신문 ‘이은우의 세상돋보기’ 원고 초안입니다. 신문 칼럼은 내용을 줄여 보냈는데 8월 21일자에 실렸습니다.

게시글 공유 URL복사
댓글작성

열기 닫기

댓글작성